LG경제연구원 ‘전력불안, 일본 제조업의 환골탈태 계기될까’
2011/07/18 08:4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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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전력불안, 일본 제조업의 환골탈태 계기될까’


2011년07월17일

후쿠시마 원전 이후 지난 6월말 기준으로 54개의 일본 원자력 발전소 중 37개가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력 부족은 코스트 상승과 전력 공급 차질 등으로 일본 산업에 중장기적으로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진의 충격과 전력 불안은 이제까지 일본 내에서의 생산을 고집해 왔던 핵심 부품 소재 등 제조 분야의 일본 기업들도 해외 생산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



Ⅰ. 장기화되는 전력 불안의 파장

원전 중단, 후쿠시마에서 전국으로 확산

지난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큰 폭으로 위축된 일본의 산업생산이 3월을 저점으로 4, 5월에 회복세를 나타내 3분기에는 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일본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큰 타격을 받은 자동차 생산도 이미 90% 이상 복구되고 하반기에는 대지진 이전 수준의 생산량을 능가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대지진으로 인한 생산 감소 충격은 리만쇼크 당시 보다는 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전 중단에 따른 전력 불안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일본산업이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 사태가 서부를 포함하여 일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54개의 일본 원자력 발전소 중, 37개가 지진 피해 및 안전상의 우려로 인해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각 지방정부는 정기점검에 들어간 원전의 재가동을 허가 하지 않아, 원전 가동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은 일본 전국의 원자력 발전소의 긴급 안전화 대책이 6월 17일에 완료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비상시 전원 관련 대응 등에 관한 것이며, 근본적인 츠나미 대책 등은 미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각 지역의 주민들이 불안을 느끼고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재가동을 허가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장관이 원전의 안전성이 확보되었다는 기존의 입장과 달리 지난 7월 6일에 다시 각 지방의 원전에 대해 안전성 검사(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일본정부의 방향도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일본의 원전은 13개월마다 정기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검사 이후의 가동 중단 사태가 계속될 경우 내년 5월에는 54개 원자력 발전소 모두가 멈추게 될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전력 불안 장기화는 일본 제조업의 구조 변화 계기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은 전체 전력의 29%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전 가동 중단 사태가 멈추지 않을 경우 일본 경제 및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동경전력이 관할하는 동경 등 관동 지방에서는 여름의 전력 사용 확대기를 맞아 전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대형 사업소 등에 대한 15%의 절전 규제 조치를 단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본기업도 전력 사용량이 적은 주말에 근무하고 주중에 휴무하는 등의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을 정도이다. 동경 지역에서는 사무실은 물론, 백화점 등에서도 냉방이 부족해서 고객도 더위로 고전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 부족은 생산 활동을 저해하는 한편, 전력 코스트의 상승으로 이어지며, 일본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관동 지역에서의 이러한 전력 부족 문제가 원전 비중이 높은 관서전력이나 큐슈전력 등 산업 시설이 밀집된 지역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지방정부도 원자력 발전으로 발생하는 각종 재정 수입을 포기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거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1~2년 이내에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동경전력의 경우 이미 원전 차질에 따른 대체 화력 발전을 위해 연간 7,500억엔 수준의 천연가스 등 원료 구입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일본 전국의 원자력 발전이 중단될 경우 연간 3조엔(약 370억 달러) 정도의 수입 원자재 추가 비용 부담과 이에 따른 무역수지의 악화, 전력 요금의 상승, 전력 불안에 따른 생산 및 생활상의 제약 등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이러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향후 일본이 어느 정도 원전을 줄일 것인지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 국민들의 80% 이상이 원자력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건설 중에 있는 3개 원전과 건설 계획 중인 12개의 신규 원전 계획에 대한 동결 조치, 동경전력의 현재 가동 중인 4개 원전의 가동 중단, 기타 지역의 노후화된 원전의 순차적 중단 및 폐기 등은 충분히 가능한 조치일 것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타니 카즈노부(谷和信) 차장은 ‘현재 30% 수준인 원자력 발전 비중이 20% 정도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현재도 극심한 전력난에 고전하고 있는 동경전력의 나머지 원전의 가동 중단, 오사카, 북큐슈 등 주요 공업지대에도 영향을 줄 수준의 원전 중단 및 전력 불안이 발생할 경우 일본 제조업에 미칠 영향이 커질 수 있다.

즉, 일본의 전력 불안 문제는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적인 규모로 장기·구조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제조업은 향후 다각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Ⅱ. 일본 제조업의 글로벌 전략 재조정

핵심 제조 분야도 선택적으로 해외 분업 생산 확대

일본 제조업체들은 전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조명, 에어컨을 줄이고 조업 일을 전력 사용량이 적은 주말로 조정하고 자가 발전기를 도입하는 등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는 전력 부족 문제가 대지진 이후의 생산 회복세를 크게 제약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추가적인 원전 차질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력의 불안정성 및 향후 전력 가격 상승세를 고려할 경우 일본기업도 신규투자를 통해 일본 내의 생산 기반을 확충하는 데 대해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전력 부족은 반도체 등의 전자부품이나 화학 및 금속 소재 등의 생산 공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산 과정에서 전력 사용이 불안정해지면 그만큼 제품 불량이 발생하기 쉽고 조업을 단축할 때마다 비용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발 공급 불안을 느낀 해외기업이 부품 및 소재의 조달선인 일본기업에게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로 생산 기능을 분산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일본기업 중에도 부품 및 소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해외 조달 부품 및 소재를 늘리겠다는 기업들이 많다.

일본에서의 생산을 고집해 왔던 부품 및 소재 등 핵심적인 제조 분야의 일본기업들도 해외 생산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번 지진 피해로 인한 공급 차질로 세계 자동차 업계에도 파장을 일으키면서 화제를 모았던 시스템 반도체 업체인 르네서스사의 경우 해외 분업 생산의 확대를 결정하는 한편 대만 기업에 대한 위탁 생산도 확대할 방침이다. 히타치화성은 후쿠시마에 있는 자동차용 브레이크 소재 공장의 생산 기능을 태국, 멕시코, 중국 등으로 분산할 것을 결정했다. 스마트폰 등의 전자 기판의 핵심 소재인 초 경박형 동박(銅箔)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Only One 기업인 미쓰이금속도 생산 기능을 말레이시아 등으로 분산할 방침으로 있다. 일본기업의 해외투자는 그동안 조립 가공형 분야가 많았다. 전력 소비량이 큰 부품 및 소재 등의 장치 산업이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로 이전되면 일본 내에서의 전력 소비를 억제하는 효과도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에 있어서 일본기업은 현지 시장 개척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중국, 기존의 자사공장이 배치되고 있고 주도권도 확보하기 쉬운 동남아, 부품 분야에서의 합작 및 위탁생산 관계가 강하고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대만 등으로의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독자적 생산 노하우의 유지와 글로벌 생산의 효율성 동시 추구

일본기업이 단순 조립 분야뿐만 아니라 핵심 제조 분야도 해외로 이전하는 데 있어서 독자적인 강점 기술의 유출 방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일본기업은 그동안 최종조립, 부품 및 소재 분야를 망라한 수직통합적인 분업 구조 속에서 고객의 특수 주문에도 대응하면서 기술을 연마하여 독자적인 제조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이러한 노하우가 해외거점을 통해 유출될 것을 우려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핵심 기술에 관해서는 패키지화된 모듈 형태로 만들고 해외거점과 분업하는 패턴을 구축할 수도 있다. 핵심 소재의 양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이러한 소재의 생산과정에 사용되는 특수 첨가제, 촉매 등을 일본 거점에서 공급하는 등의 방법이나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가공하는 데 필요한 특수 연마재 등을 일본에서 공급하는 등의 패턴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같이 에너지 소비량이 적고 첨단 기술이 활용된 소량의 특수 소재 및 부품 등의 생산 기능을 일본 공장에 남겨두면서 기타 공정을 해외로 이전하는 형태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생산 분업 패턴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핵심 제조업은 같은 지역 내에서 최종조립, 부품, 소재 등의 모든 분야의 기술자가 현장에서 일본식의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각종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신제품,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기술력을 연마하는 일본식의 기술경영에 주력해 왔다. 핵심 제조 분야가 해외로 이전될 경우 이러한 현장기술 진화형 경영이 약화될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일본기업은 해외거점 이전과 함께 현장 기술의 개량 및 진화 능력의 재구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핵심 제조거점의 이전과 함께 아시아 현지 공장에서의 기술개량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이러한 기술개량 효과를 본사의 제품 개발 및 연구 기능에 즉시 반영하는 시스템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Ⅲ. 탈 원전, 그린 에너지 산업 부상

그린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구조 모색

중장기적 전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기업들이 기존 사업의 해외이전을 확대할 경우 일본 제조업의 공동화 압력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제조업에 대한 규제완화 등을 통해 산업입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차세대 신성장 산업의 육성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기업도 기존 사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한편 본국에서 끊임없이 차세대 사업을 준비하고 추진함으로써 기업 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재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기업은 전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그린 에너지에 더욱 역량을 모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도 일본기업은 그린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인 편이었으나 원전 위기가 겹쳐서 개발 노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지진 및 츠나미 피해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 원전을 지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그린 에너지 산업의 확충이 제조업뿐만 아니라 광범한 산업에서 과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통신의 소프트뱅크, 복사기의 리코, 공작기계의 모리세이키제작소, 지방 유통업체인 코메리 등이 그린 에너지 사업 진출을 모색하면서 이러한 사업을 기업 정관(定款)에 추가하여 주주총회의 승인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그린 에너지 사업을 추진해 왔던 전자 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체 등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탐색하면서 그린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로의 변화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의한 발전 및 전력의 판매 사업을 모색하고 있으며, 손 사장은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에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한편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는 전기자동차의 법인용 도입 지원 사업에 나서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충전 설비의 운용 및 보수 관리, 휴대폰 회선 등과 연결된 정보통신 인프라를 패키지로 제공한다.

전력 불안으로 인해 새로운 그린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신사업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차세대 조명으로서 기대되고 있는 LED 전구는 대지진 이후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구는 일본 조명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데, GfK에 따르면 5월 넷째주의 전구시장에서 LED는 전년동월비 2.9배나 늘어나 전구시장 점유율이 42.3%를 기록하여, 사상 처음으로 백열전구를 능가하였다. LED 전구의 평균판매 가격은 2,300엔으로 1년 전에 비해 20%나 하락했으며, 특히 양판점에서는 1,000엔 미만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전력 부족에 따른 절전 의식 강화가 배열전구에 비해 전력소모량이 1/7에 불과한 LED의 수요를 확대시키고 이에 따른 양산효과가 가격 하락을 가져와 수요를 더욱 확대시키는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GfK에 따르면 여름에는 LED 비중이 50%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ED뿐만 아니라 가정용 축전지가 송전 정지 시에도 냉장고 등을 가동시키기 위한 비상용 전원으로서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 기타 절전형 에어컨, 자가 발전기, 휴대용 선풍기, 특수 소재로 냉각 효과를 가진 섬유 제품 등 그린 제품에 대한 특수가 발생하고 있다.

원전 추진력 약화로 그린 에너지 정책 강화

일본기업이 태양광 발전에서 세계를 주도하다가 중국 등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것은 그린 에너지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약해진 것도 한 이유였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내부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등이 전력회사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고 코스트가 높은 신재생 에너지를 피하고 원자력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력회사가 비싼 가격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구입하고 불안정한 전력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스마트 그리드의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독일식의 방식을 동경전력을 비롯한 일본의 각 전력 회사들은 꺼리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그린 에너지를 기피하려는 압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탈 원전 흐름 속에서 약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 5월 말에 개최된 G8 주요국 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모든 신축 빌딩 및 주택의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으며, 현재 일본정부는 기존의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정하여 그린 에너지 이노베이션을 위한 ‘Sunrise’ 계획을 책정 중에 있다.

물론, 원자력에서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은 태양광 등의 신재생 에너지의 코스트가 높기 때문에 쉽지 않는 과제이다. 다만, 그린 에너지의 코스트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원자력을 보완하는 화석 에너지에 비해 기술혁신에 따른 코스트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 개선, 원가 절감 효과에 힘입어서 발전 코스트가 가정용 전력 요금 수준인 1kwh당 23엔으로 떨어지는 그리드 패리티는 일본에서도 2015년 이전에 달성될 전망이다. 그리고 업무용 전력 요금인 1kwh당 14엔 수준도 2020년, 1kwh당 7엔 수준도 2030년에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신에너지 산업기술 총합 개발 기구의 기술 로드맵).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정부도 그린 에너지 신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정책 개발에 나서고 있다. 경제산업성이 산업구조심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해상의 부유 구조물 위에서의 풍력 발전 기술, 박막 실리콘 및 유기화합물을 사용한 태양전지, 고강도이면서 경량인 카본나노튜브 등의 신소재로 그린 에너지 제품을 뒷받침하는 기술, 신형 LED 기판 등의 기술개발에 대한 세제 지원, 보조금 지급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Ⅳ. 일본 제조업의 구조혁신에 따른 파장

일본기업 핵심 공장의 대아시아 이전에 따른 파장

전력 불안을 계기로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일본 제조업의 구조혁신은 아시아 및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줄 수가 있다. 일본기업이 앞으로 핵심 제조 거점을 중국, 동남아, 대만 등으로 이전할 경우 아시아 역내 분업구조도 변할 수 있으며, 일본제 부품 및 소재에 의존해 왔던 한국 제조업으로서는 이들 핵심 부품 및 소재를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 의존하게 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향후의 투자 대상 지역으로서 중국을 주목하는 일본기업이 많다. 중국은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데다 일본의 핵심 제조 공장이 첨단 부품 및 소재를 제조하는 데 필요로 하는 희토류를 비롯한 희소금속의 매장량이 많고 중국 정부가 이들 자원을 전략적으로 통제하면서 일본기업 유치에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규제로 인해 희토류의 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중국에 진출할 경우 저가격으로 원료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는 일본기업이 많을 것이다. 디스프로시움 등의 영구자석용 재료의 조달 난 때문에 영구자석 공장을 중국에 설치하여 이를 활용한 첨단 의료장비인 MRI의 제조거점까지 중국에 설치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일본의 첨단 부품 및 소재 산업이 중국으로 대거 이전할 경우 중국의 무역 및 투자 측면에서의 영향력 강화, 중국의 부품 및 소재 생산 기지로서의 위상 강화, 첨단 및 군사 기술과 국제금융 측면에서 미일 연합 세력의 약화 등의 영향이 나타날 수 있고 이 경우 한국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태양전지나 풍력 발전, LED 등의 차세대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일본이 개척한 첨단 산업이 한국, 대만 등을 거쳐 중국, ASEAN 등으로 이전되어 왔던 아시아 역내 분업 흐름을 흔들고 중국이 한국에 앞서서 차세대 첨단 분야에서도 생산량을 확대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LED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의 설비투자 규모가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2012년에는 세계최대의 생산기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영국 IMS Research). 중국의 LED 반도체 제조장치 구입 대수의 세계 점유율은 2010년의 32%에서 2011년에는 60%로 상승하고 있는 반면, 작년까지 1위였던 한국은 2010년의 33%에서 2011년에는 1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도 중국 산업에 대한 견제를 간과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주도권을 잡기가 어려운 중국보다도 일본기업의 공장이 집중되고 있는 동남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 분야에서는 일본기업의 공장이 밀집하고 있는 태국에 일본 자동차 부품 기업이 진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NOK사는 자동차 변속기의 기름 유출을 막는 봉인재의 생산을 중국과 함께 태국으로 분산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기업은 대체적으로 태국에 자동차 부품, 말레이시아(미쓰이금속의 스마트폰용 동박 재료 생산 이전 등)에 첨단 전자부품 생산을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와 함께 일본에 대한 현지 국민들의 호감도가 높고 일본기업과 오랫동안 조달 제휴 관계를 맺고 온 대만도 일본기업의 글로벌 생산 분산 전략의 대상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도레이 필름, 후루카와전공, 캐논 등이 대만 현지생산을 고려하고 있다. 대만정부는 광학박막 재료, LCD 및 LED 재료, 차량용 리튬전지 재료, 바이오 및 의약 재료, 풍력발전 재료, 태양광 발전 재료 등을 일본기업 유치 항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아날로그 IC, 소형 LCD, 휴대폰용 반도체, LED, 사파이어 기판, LCD용 투명 전극재 등의 분야에서 일본기업의 대만 생산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중국과 함께 경계 대상인 측면이 강하면서도 시장 매력도가 중국보다 떨어지고 동남아나 대만과 같이 일본기업이 우호적으로 주도권을 발휘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렇게 보면 일본의 핵심 부품 및 소재 기업이 생산지 분산 전략을 고려할 때 한국에 대한 투자는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국은 일본이 불안을 겪고 있는 전력 사정이 안정적이며, 이는 만성적인 전력 불안을 가진 중국에 비해 매력적인 투자 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전력 가격은 중국보다 저렴하며, 공급도 안정적이며, 기타 물류 등을 비롯한 제조업 인프라 여건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한일간의 지리적 인접성에 따른 물류상의 이점도 있다. 한일간에서 해상, 육상, 항공 수송을 일체적으로 연결하는 노력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상대적으로 지진 위험도도 낮아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정밀도가 요구되는 첨단제조 공장의 운영상 이점을 가지고 있다. EU, 미국 등의 거대 경제권과 FTA를 잇따라 체결하고 있는 것도 일본기업이 평가하는 부분이다(무라키 아키히로 조사역 Mizuho Corporate Bank). 그리고 한국의 글로벌 거대 제조업이 LCD의 경우처럼 세계시장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실적을 거두면서 일본의 부품 및 소재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분야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의 상대적 고임금, 노사문제 등을 일본기업이 우려하는 측면도 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트너 기업을 찾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전력불안을 겪고 있는 일본기업으로서는 동남아, 중국, 대만 등으로의 생산 분산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부분적으로는 한국에 대한 투자도 어느 정도는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구조혁신에 따른 위협과 기회

이상과 같은 일본의 전력불안의 파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기업의 구조혁신, 동아시아 국가간 분업체제의 변화는 우리 기업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보면 일본기업이 전력 불안으로 고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조혁신이 성과를 거둔 분야에서는 일본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되는 한편 차세대 그린산업에서의 입지가 강화되고 신성장 분야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혁신 성과가 미진한 분야도 나올 것이며, 이러한 분야에서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일본의 구조혁신이 에너지 다소비형 부품·소재 분야 등에서 일본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한국의 대일수출이나 대세계 수출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산업이 첨단화, 그린화되는 한편 핵심 부품 및 소재 분야에서 중국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한국의 차세대 산업 발전 속도가 떨어질 위험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미 태양광 발전, LED 등의 차세대 성장 산업에서 중국의 조기 진출에 따라 혁신 단계에 있는 제품 분야에서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차세대 산업의 성장 초기에 일본으로부터 부품, 소재, 장비를 들여와 대규모 양산체제를 구축하여 원가를 낮추면서 고수익을 확보해 막대한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 이러한 차세대 산업의 성공 패턴이 일본 산업의 구조혁신과 신성장 산업에서의 중국의 위상 강화, 신흥국으로의 핵심 소재·부품의 생산거점 확산 등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차세대 신성장 산업의 육성에 있어서 자체적인 연구 및 개발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차별적인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일본의 부품 및 소재 산업을 유치하면서 이들 기업과 협력하여 신사업을 발굴하는 이노베이션 협력체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 www.lgeri.com]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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