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길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사회안전방송 이용원 대표가 책에서 남긴 이 말은, 지금 이 시점에서 더욱 큰 울림을 준다.
SK브로드밴드가 지난 5월 16일, 2024년 B tv 케이블 채널평가 결과에 따라 사회안전방송 채널에 대해 ‘재계약 불가’ 결정을 통보한 문서가 확인되었다.
이는 2010년부터 15년간 꾸준히 재난·안전·복지 등 공익적 콘텐츠를 송출해온 ‘사회안전방송’을 사실상 퇴출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SK브로드밴드가 최근까지 ‘안전문화 확산’의 선도 기업을 자처해 왔다는 점이다.
지난 4월, SK브로드밴드는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및 안전보건공단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B tv를 통해 중대재해 예방 콘텐츠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안전관리 콘텐츠 확산의 공로로 대통령 표창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실제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안전의 가치를 전파해온 방송 채널을 퇴출시키겠다는 이번 결정은 SK브로드밴드의 대외적 이미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형식적인 홍보와 캠페인을 통해 '안전경영'을 강조하는 이면에서, 정작 진정성 있는 콘텐츠 제작자들과의 동행은 거부한 것이다.
이용원 대표는 책에서 "포기하고 싶었다. 고된 여정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반드시 필요한 방송이었고 누군가는 지켜야 할 가치였다"고 회고한다. 이 방송은 시청률이나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시청자라도 그 가치를 알아준다면 충분하다는 철학으로 이어져 왔다.
SK브로드밴드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채널 평가를 했으며, 어떤 가치 판단에 따라 ‘사회안전방송’을 퇴출 대상으로 삼았는가? B tv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공익 채널을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제 질문을 던질 차례다.
‘진짜 안전’은 보여주기식 보도자료에서 비롯되는가, 아니면 말없이 현장을 지켜온 소수의 채널에서 시작되는가?
진정성 없는 안전은 공허하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결정을 재고하고, 안전의 가치를 함께 지켜온 사회안전방송과의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이진원 사회안전신문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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